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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등대> chapter 1. 2052년의 이주사건
전 지구를 휩쓴 20년대 초반의 전염병 사태 이후 약 십여년간 긴 침체를 겪었던 기업 '메타아(M.E.T.A.H)'는 2040년, 그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가상국가 '이데아(IDEA)' '아이디어'라고 쓰지만 '이데아'라고 읽는다. 를 발표했다. 지난 30여년간의 부침 끝에 기어이 그들의 가상현실을 더 이상 '가상'이 아닌, 정말로 기능하는, 실재의 대안으로 부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그 곳은 현실과 거의 같은 무게로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은 현실을 증강하는 도구로서가 아닌, 현실과 동일한 가치와 10 역할, 기능을 지니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서서히 받아들여졌다. '이데아'에서 국가는, 가입과 탈퇴가 가능한 일종의 서비스 제공 주체로 기능하는데, 이 점은 실제 세계의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40년대 후반이 되었을때, 사람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느슨해진 국가의 개념과 함께, 언어와 인종, 성별 또한 집단이 아닌 개인적 특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50년 5월, 메타아가 가상국가 '이데아'라는 개념을 선보인 지 딱 10년이 되었을 때, CEO 머크 저커버그 (Merk Zerkerberg)는 앞으로의 새로운 10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 마지막 발표 순서에서 '이주 프로젝트'(The Migration Project)와 함께 뉴-이데아 (NEW-IDEA) 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표했다. 생물학적 신체가 가상국가 이데아에 감각 기반 디바이스로 접속하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생물학적 신체를 '종료'하고, 뉴-이데아에 한 인간을 완전히 업로드한다는 그 계획은, 발표와 동시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저커버그는,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당면한 엄청난 난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넓은 차원에서 본다면, 생물학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수 많은 에너지 사용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게 되며, 좁은 차원에서 봐도 모든 숭고한 개인들이 온갖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궁극적으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이란 단어를 이제 '종료'라는 말 11 로 대체하겠다고 강조하며, 이것은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의 완벽한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67세인 자신도 80세가 되기 전에 뉴-이데아로 이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발표는 말로 즉각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머크 저커버그와 메타아 사에 대한 윤리적인 비난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글로벌 유통체인 뉴럴탱크(NEURAL TANK)의 CEO 멜론 머스크(Melon Musk)가 자신은 이미 80세에 되었다며, 이 계획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완성 시일을 앞당기고, 자신이 가장 먼저 '이주'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전격 발표함에 따라 여론의 행방은 또 다른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머스크는 메타아 사와 제휴하여 화성을 뉴-이데아의 서버 식민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화성 이주 계획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인간이 이주하기에 지나치게 적대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오랫동안 침체된 상황이었다. 몇주 뒤,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후드티를 입고 '메타아'본사에서 회동하는 영상이 유출되는데, 이튿날 머스크는 이주 사업에 대한 3,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몇 주간 계속된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발표 다음 날, 이데아의 가상화폐 아이딘(idean)의 가격은 하루 만에 열 배로 치솟는다.
2051년 5월의 마지막날, 샌프란시스코의 메타아 본사에서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연단에 함께 올랐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로 개발 기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며, 2052년 7월에 첫 이주 프로젝트를 시도한다고 발표하게 되는데, 이주 프로젝트를 왜 이토록 급하게 추진하는지와 관련하여 머스크의 건강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혹과 추측들이 난무했다. 발표가 있고 며칠이 지났을 때, 머스크는 돌연 계획을 변경하여, 자신이 '이주'하기 전에 먼저 '베타 테스터'를 모집하겠다고 발표한다. 겁쟁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해서인듯 그는, 베타 테스터에게는 인당 700만 달러의 사례금을 유가족에게 일시불로 지급하며, 베타 테스터 본인이 마치 '신'이 된 것 처럼, 자신이 '이주'할 환경의 조건 구성에 전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고 약 세 시간에 걸쳐서 이주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멜론 머스크는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문장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a mankind...!!!)"을 인용하며, 보기 드물 정도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주의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베타 테스터로 최종 선정되는 사람들은, 그룹 세션(이것은 마치 정신과 상담과도 비슷해보였다.) 형태의 모임을 몇 달간 가지게 되는데, 과정의 목표는 이 세션을 통해, 스스로 자신이 이주할 그 곳, 뉴 이데아(New Idea, 뉴 아이디어라 쓰고, 뉴 이데아라고 읽는다.) 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베타 테스터들에 의해 마치 영화의 시놉시스와도 같은 구성이 만들어지면, 메타아&이데아에서 그것을 코드로 변환하여 그것에서 비롯된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길이 채 닿지 않는 디테일들은, 메타아&이데아에서 지난 수십 년간 수집해온 세계의 거울 데이터들을 통해, 특정한 범위 안에서 랜덤한 값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면, 참여자들은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 그들이 만든 세계의 한 시점에서 그 세계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의 시간이 흘러 그 세계에서의 삶이 황혼녘에 다다르면, 코드는 다시 리턴하여 꿈이 시작했던 지점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다시, 그리고, 다시. 뉴-이데아는 얼핏 이름만 들었을 때에는, 기존의 이데아와 거의 유사하며, 단지 생물학적 신체가 남아있고 없고의 문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매우 중대하고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참여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세계가 어떤 것이든,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유일한 세계'가 된다는 점이다. 일단 그 세계가 열리면, 지금 여기서의 세계는 완전히 '종료'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50년 이주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부터, 이것이 안락사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지, 기본값은 반복설정이지만, 코드를 한 번만 실행하고 종료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것이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상 안락사와 같은 개념이 되어버리는 탓에 여러가지 추가적인 법적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사람들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등 어마어마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51년 9월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위치한 이데아 센터에서 열린 컨퍼런스의 이름은 <레테의 강> 으로 붙여졌다. (공식적인 이름은 아니고, 언론에서 붙인 이름이다.) 여기서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공동으로 연단에 올라,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여러 윤리적 이슈들에 대해 해명을 하는 일에 힘을 쏟았는데, 그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발표 대부분은 저커버그에 의해서 진행되었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조금 재미있다 싶은 질문이 나오면, 연단의 한쪽 구석에 묵묵히 앉아있던 머스크가 걸어나와 저커버그의 마이크를 받아들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벅차 보이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도중에 여러 차례 주먹을 입에 갖다대며 말을 멈추었다.) 그리스 신화 속의 망각의 여신이자 강이다. 아케론, 코퀴토스, 플레게톤, 스틱스와 함께 망자가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이다. 망각의 강이라고 불린다.
"<이주>프로젝트는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지점 사이의 공간을 무한히 늘려 새로운 대안을 삽입하는 것이다."
"죽은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종료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의 주체적인 계획과 의도에 의해 설계된다. 그것이 가장 결정적인 차이다." - 컨버런스 중 저커버그의 발언
기자의 질문 :
왜 <이주>의 세계는 이곳의 세계와 단절되어야만 하는가? 단절되어있지 않아야 그곳에 무슨 문제점이 있을 때 그것을 소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멜론의 답변 :
‘뉴-이데아'는 현실의 ‘확장판'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다. 두 ‘현실'이 중첩되어 있으면, 그 어떤 현실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두 ‘현실'이 연결되어 있다면, 필연적으로 하나의 현실은 다른 ‘현실'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존의 이데아가 그러하듯) 이러한 이유로, 두 현실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뉴-이데아에서는, 아무도 그 곳이 뉴-이데아 인 것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그곳에 이르기 위해 ‘레테의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기자의 질문 :
코드가 제대로 실행되어, 그들의 소위 새롭고 유일한 삶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계 밖의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멜론의 답변 :
그렇다. 이것은 일견 감각질(qualia)의 문제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적인 좀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하나의 삶을 만드는 것이다. 코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에, 피험자의 인식에 실제로 완전한 경험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지난 몇 달간 수십 차례의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제는 피험자가 그것을 답변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이것을 다른 방식으로 치환했다. 쉽게 말하자면, 새로운 삶의 코드를 작동시키는 첫 단추는, 피험자 본인이 누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신체를 냉동함과 동시에, 신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류를 수집한다. 냉동이 완료되는 시점과 정확히 동시에 수집되어 치환되는 전류는 코드를 작동시키는 첫 번째 트리거로서 기능한다. 우리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코나투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생의 에너지는 보존되며, 단지, 다른 차원의 것으로, 그리고 다른 패턴의 것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제 지구의 곳곳에 녹색 빛을 내뿜는 등대가 설치될 것이다. 그 곳에서 녹색 불빛이 하나, 둘 씩 켜질 때 마다, 우리는 새로운 삶이 우리의 차원을 넘어선 어딘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베타 테스터들의 모집은 2051년 12월부터 이루어졌고, 3월에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석 달간의 세션을 거쳐서 코드의 작성 또한 모두 완성되었다. 그들의 생물학적 신체는 불가역적으로 냉동되어 메타아&이데아 R&D센터에 영구적으로 보관될 것이다. 그들의 뇌는 6월 30일 오후 10시에 업로드 되기 시작하여, 0시 전에 메타아&이데아 디얼티밋 얼터닛 서버(The Ultimate Ulternate Server)로 모두 이전 완료된다. 이제 삶이라는 모든 꿈은 7월 1일 0시에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삶이라는 모든 꿈은 7월 1일 0시에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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